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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관건은 ‘국가 관리체계’…특별법·전담조직 시급

  • 6일 전 / 2026.01.28 20: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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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K-SSN) 특별법 제정을 위한 긴급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임해정 기자]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건조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가 차원의 관리체계와 법적 기반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핵추진잠수함은 단순한 방산 사업이 아니라 안보·외교·과학기술·산업 정책이 결합된 종합 프로젝트인 만큼 기존 방식으로는 추진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2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열린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K-SSN) 특별법 제정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문근식 한양대학교 특임교수(전 핵추진잠수함 사업단장)는 “우리는 잠수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지만, 원자로가 결합되는 순간 이는 방산을 넘어 국가 전략 사업으로 커진다”며 “부처 협력과 예산, 국제 규범까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지난해 10월 핵추진잠수함 추진이 공식적으로 언급된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보이지 않는다”며 “법적 근거 없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기차를 만들어 놓고 선로를 깔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의 강력한 통합관리체계로서 PMO(가칭 핵추진잠수함사업단) 구성을 제시했다. 핵심 기술과 자원이 여러 부처에 분산돼 발생하는 정책적 혼선을 줄이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상위 통합 조정 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문 교수가 제시한 PMO의 주요 기능은 ▲국가 정책 조정과 사업 총괄 ▲미국·국제원자력기구(IAEA) 등과의 기술 협력, 핵연료 공급, 비확산 관련 국제 협상을 담당하는 단일 창구 역할 ▲기술·예산의 통합 관리 ▲미 해군의 핵추진 프로그램을 80년간 이끌어온 성공 모델 벤치마킹 등이다.

특히 예산과 관련해서는 초당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특별회계 및 예산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 사업 특성상 예산과 일정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정치적 변수와 무관하게 산업·기술 기반을 지속적으로 유지·확대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문 교수는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을 경우 국내외 리스크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선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핵연료와 기술 협력이 거부되고 안전조치 협상이 난항을 겪어 국제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사 목적 원자로 연구·개발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없어 사업 추진의 정당성이 상실되고 장기적·안정적 예산 확보가 어려워 사업 중단이나 지연 가능성도 커진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국회의 긴급한 입법 조치와 관리체계에 대한 법제화 없이는 핵추진 잠수함 사업 추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우성 잠수함연맹 이사가 28일 국회에서 진행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K-SSN) 특별법 제정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해정 기자] 

◆ SMR·조선 결합은 국가 전략무기체계…“국가 패키지로 추진해야”

이날 토론자로 나선 정우성 잠수함연맹 이사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조선 산업의 결합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국들은 이미 SMR을 외교·안보 패키지로 다루고 있다”며 “한국 역시 SMR을 활용한 해상 기반 발전 체계를 준비하는 등 관련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SMR의 열 관리, 연료 관리, 방사선 차폐 등 핵심 제조 기술이 군사용 소형 원자로 기술로 확장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단순한 발전 기술을 넘어 군사·안보 영역과 직결된 기술”이라며 “이 과정에서 정책적 지원과 국방 사업과 연계된 법·제도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 산업에 대해서도 국가 전략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은 수출입 물동량의 99% 이상을 해상에 의존하고, 에너지 수입 역시 사실상 전량을 해상 운송에 기대고 있는 해양 국가다. 조선업은 단순히 선박을 건조하는 산업이 아니라 해상 물류 시스템 전체를 유지하는 핵심 산업이며, 스텔스 기술과 저소음·사이버 보안, AI 기반 자동화 설비가 결합된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정 이사는 SMR과 조선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분리·지정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전략산업은 안보·경제·기술 주권 등을 동시에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국가 생존과 경쟁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인 만큼, 시장이 아닌 국가가 직접 챙겨야 하는 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어 “에너지 주권의 핵심인 SMR과 해양 주권 기반인 조선의 결합은 국가 전략 레벨의 무기체계”라며 “이 결합은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이 완성할 수 있는 영역으로, 전략적 파급력은 매우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적용 분야로는 해상 발전소, 해양 데이터센터, 군 분야의 핵추진 잠수함과 핵항공모함 등을 제시했다. 정 이사는 SMR을 단순한 발전 사업이나 전력 요금 기준의 경제성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방·외교·산업이 공동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전담 트랙을 만들고, 국가 전략산업 계정을 신설해 분리 운영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숙련 인력 유출 방지, 전용 시설의 국가 전략시설 지정, 잠수함과 SMR의 혼합 수주 구조 유지도 필요 과제로 제시했다.

아울러 현행 법·제도와 예산 체계의 한계도 지적했다. 군사용 원자로에 대한 정의가 없고, 해상 이동형 원자로에 대한 규정도 부재한 기존 원자력 법체계에서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산업부·국방부·해수부로 나뉜 예산 구조 역시 통합 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용 특별법 제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는 ▲전용 특별법 관할 체계 정립 ▲해양 억제력 확보를 목적으로 한 핵추진 잠수함으로의 범위 명확화 ▲저농축 우라늄의 해상 플랫폼 사용 규정 ▲동맹국 협력을 위한 국제적 투명성 확보 방안 등을 주문했다. 이어 “SMR과 조선의 결합을 하나의 국가 패키지로 묶어 추진하지 않으면 건조·예산·외교·인력 어느 하나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며 국가 차원의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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