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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의 소비자 혜택 유지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금융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카드사의 조달 부담이 커질수록 무이자 할부 등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레버리지 규제와 플랫폼·비금융 사업 진출 규제를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조달 부담 커지면 카드 혜택 축소…무이자 할부도 영향권
한국신용카드학회는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소비자 후생 제고 및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규제 완화’를 주제로 춘계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카드업계의 수익성 관리가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카드사의 결제 실적과 자산 규모는 늘고 있지만, 승인금액 증가율은 과거처럼 두 자릿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드수수료와 대출금리 등 가격 조정 수단이 제한된 만큼, 외부 환경 변화가 생기면 소비자 혜택이 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무이자 할부는 대표적인 소비자 혜택이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 비용과 만기 불일치 관리 부담이 따르는 구조라고 짚었다. 그는 “무이자 할부는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의 독특한 제도이자 소비자 친화적인 혜택”이라고 밝혔다.
이어 “카드사 입장에서는 가맹점에 먼저 대금을 지급하고 소비자로부터 나중에 회수하는 구조인 만큼 자금 조달 비용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 만기 도래 채권이 많은 분기에는 무이자 할부 제공이 줄고, 순조달이 많은 시기에는 무이자 할부가 늘어나는 경향도 나타났다.
제도나 규제 변화의 영향이 특정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어느 영역에서 발생한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해 손을 댔더니 다른 영역에서 의도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소비자 후생이나 생산적 금융 같은 정책 목표를 추진할 때도 연쇄적인 영향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 “레버리지 한도 여유 필요”…카드사 생산적 금융 확대 과제
카드사의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레버리지 규제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카드사들이 여전채 등 시장성 조달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금리와 신용위험 변화에 민감하다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카드론 규제와 건전성 부담, 충당금 적립 확대가 수익성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레버리지 규제까지 더해지면 신규 투자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카드사들 같은 경우는 시장성 수신, 즉 여전채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시장 환경에 민감하다”고 밝혔다.
실증 분석에서도 레버리지 배율과 조달비용 간 연관성이 확인됐다. 서 교수는 “국내 7개 카드사의 2016년 1분기부터 2025년 3분기까지 패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레버리지 배율이 1배 상승할 때 조달비용이 약 0.26%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레버리지 배율 규제 한도에 직면하게 되면 위험 프리미엄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며 “조달 비용이 높으니까 당연히 대출 금리가 높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레버리지 규제 완화는 생산적 금융 전환뿐 아니라 소비자의 금융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카드사도 생활금융 플랫폼으로…비금융 진출 규제 완화 과제
카드사의 플랫폼·비금융 사업 진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채상미 이화여대 교수는 금융과 커머스, 플랫폼의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 시대에 카드사만 기존 규제 틀에 묶여 있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채 교수는 “플랫폼 기업은 결제를 기반으로 금융으로 진입하는 것이 가능한데, 카드사가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랫폼이나 비금융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은 왜 어려운가가 핵심 문제의식”이라고 밝혔다. 빅테크는 결제와 송금, 대출 비교, 보험 추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이에 비해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사업 범위 제약을 받고 있다. 카드사 결제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도 강조했다. 그는 “카드사는 월 평균 120억 건 이상의 결제 트랜잭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 데이터에는 소비자가 무엇을, 몇 시에, 얼마만큼, 얼마나 자주 구입했는지에 대한 패턴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채 교수는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카드사가 단순 결제 수단 제공자를 넘어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중요한 것은 어느 기업 출신이냐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라며 “앞으로의 규제는 업종 중심이 아니라 기능과 위험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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