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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밀실 평가’의 민낯 ②] 숨겨진 산식과 어긋난 커트라인… ‘출제 오류’ 가득한 부실 평가판

  • 2일 전 / 2026.06.22 0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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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대한민국 케이블방송 ‘밀실 평가’의 민낯

1995년 케이블TV 도입 당시, 대한민국 유료방송의 목적은 명확했습니다. 지상파가 담지 못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미디어 생태계의 다양성을 수호하는 ‘공익적 파트너’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대형 플랫폼(IPTV, SO)들의 ‘채널 평가’는 그 취지를 완전히 망각했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억강부약 (抑强扶弱)에도 정면으로 배치돼 있습니다. 자본의 논리로 방송 콘텐츠 생태계의 허리를 끊어내고 있는 유료방송 평가 제도의 실상을 3회에 걸쳐 파헤칩니다.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주도한 ‘2025년도 채널 평가’는 그 설계부터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 본지가 입수한 ‘2026 유료방송 평가 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생존을 결정짓는 평가라면 최소한의 통계적 타당성과 일관성이 담보되어야 함에도, 실상은 ‘출제 오류’로 점철된 부실 평가판에 불과했다. 특히 플랫폼마다 제각각인 평가 기준과 정부 지침마저 외면한 자의적 산식 운용은 이 평가의 통계적 신뢰성을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 정부 고시 ‘번호대역별 시청률 보정’ 무력화… 180번대와 대기업 황금대역 ‘88배 격차’ 방치

가장 큰 문제점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정부의 ‘채널 평가 가이드라인’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유료방송 플랫폼의 채널 번호대역에 따른 시청률 격차를 보정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채널 번호가 앞쪽에 위치할수록 시청 접근성이 높고, 뒤쪽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유료방송의 구조적 특성이다. 정부가 보정 지침을 둔 이유는 대기업 계열 채널이 황금 대역(예: 25번대)을 점유하고 중소 PP가 180번대 소외 대역으로 밀려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는 참담하다. 본지가 입수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같은 플랫폼 내에서도 특정 대기업 채널과 중소 PP 채널 간의 시청점유율 격차는 무려 88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들은 이 같은 구조적 불평등을 보정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시청률 보정이라는 최소한의 공정 장치 없이, 단순히 ‘시청률 수치’만을 들이대는 것은 구조적 열세에 있는 중소 PP들에게 ‘싸우지 말고 패배하라’는 강요와 다름없다. 이는 정부 고시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자, 평가 지표로서의 기본적 타당성조차 결여된 행태다.

◆ 동일 채널군인데 플랫폼마다 커트라인 제각각, 특정 등급 증발 등 ‘통계적 신뢰성’ 상실

통계적 신뢰성의 붕괴는 더 노골적이다. 통상적인 등급 산정에는 ‘백분위 산식(PERCENTRANK 등)’이 활용되는데, 어떤 공식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등급별 채널 수와 경계선이 달라진다. 문제는 플랫폼사들이 이러한 산식의 원본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영업비밀’을 앞세워 산식의 블랙박스화를 고집하는 사이, 현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평가 결과가 속출했다.

동일한 채널군(예: 영화, 드라마, 스포츠 등)을 평가함에도 플랫폼별로 등급 커트라인이 제각각인 현상이 대표적이다. A 플랫폼의 기준을 적용하면 상위 등급인 채널이 B 플랫폼에서는 하위 등급으로 추락하는 등, ‘채널의 콘텐츠 경쟁력’이 아닌 ‘플랫폼의 자의적 잣대’가 결과값을 지배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동점자 처리 규정’의 부재와 임의적인 퇴출 대상 확대다. 예를 들어, 11개 채널로 구성된 군에서 하위 10%를 산정할 경우, 수학적으로는 1개 채널이 하위 등급이 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일부 플랫폼은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공동 10위권에 있는 모든 채널에 페널티를 부과하거나, 퇴출 대상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마술’을 부렸다. 소수점 처리 방식이나 동점자 산정 기준 등 세부 운영 규정이 전무한 상태에서, 플랫폼이 그때그때 편의에 따라 기준을 변경한 것이다.

이러한 ‘출제 오류’ 가득한 평가 결과는 중소 PP에게는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남긴다. 통계학적 검증이 불가능한 밀실 평가, 정부 고시조차 무시하는 플랫폼의 안하무인식 행태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방미통위는 단순한 중재자를 넘어, 지금 즉시 각 플랫폼이 평가에 사용한 엑셀 산식과 채널별 로우데이터(Raw Data)를 전수 확보하여 제3자 검증에 나서야 한다. 통계적 신뢰성을 상실한 평가는 존재 이유가 없다. 우리는 지금 즉시 이 부실한 평가판을 엎고, 공정한 산식 위에 다시 채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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