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산업/재계
  • 공유링크 복사

전기차 첫발은 뗐지만…마세라티코리아, 실적부진 탈출 '역부족' [김홍모의부릉부릉]

  • 2일 전 / 2025.06.13 16:11 /
  • 조회수 21
    댓글 0
첫 전기SUV '그레칼레 폴고레' 출시
주행거리 한계…소비자 체감은 더 냉정
경쟁 프리미엄 SUV 평균보다 25~30% 비효율
수입차 시장 성장 속 역주행 지속
마세라티 점유율 0.1%…사실상 소외
감가 심화…신차 수요 위축·판매 부진 악순환
기술·서비스·브랜드 신뢰 하락 맞물려

[앵커]
마세라티코리아가 첫 전기 SUV ‘그레칼레 폴고레’를 국내에 선보였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최근 2년간 판매량은 매년 40% 넘게 줄고 있고, 중고 잔존가치도 40%대까지 떨어지며 브랜드 가치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마세라티코리아의 현주소를 김홍모 기자가 분석합니다.

[리포트]
차체 전체를 감싸는 유려한 곡선, 넓게 벌어진 프론트 그릴 중앙에 자리한 삼지창 엠블럼과 바람이 흘러가는 듯 매끈한 측면 라인. 전면부의 얇은 매트릭스 LED 램프 아래로는 에어로다이내믹 설계가 적용됐고, 리어엔 고성능 전기 SUV 특유의 근육질 펜더가 볼륨감을 더합니다. 

실내로 들어서면 이탈리아산 천연가죽과 재활용 소재가 조화를 이루고, 헤드레스트 곳곳에 새겨진 ‘Folgore’ 전용 엠블럼이 고급감을 강조합니다. 이탈리안 감성만큼은 확실히 갖춘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 매끄러운 외관 속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은 과연 얼마나 탄탄할까요.

그레칼레 폴고레의 스펙은 화려합니다. 558마력, 제로백 4.1초. 가격은 1억2000만 원대 초반. 여기에 80대 한정판이라는 희소성까지. 그러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치는 화려한 스펙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냉정한 현실 지표에서 좌우됩니다.

먼저 주행거리가 도마에 오릅니다. 마세라티는 WLTP 기준 500km를 강조하지만, 국내 환경부 인증 수치는 336km에 불과합니다. 겨울철 저온 복합 주행거리는 230km 수준까지 하락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도심 주행 기준으로는 실질적으로 300km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해외 구매자들의 반응입니다.

충전 성능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폴고레는 400V 아키텍처 기반으로 최대 150kW 충전까지 지원됩니다. 이미 주요 전기차들이 800V 초고속 충전을 채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장거리 주행과 급속 충전에서 소비자 체감 격차가 발생합니다.

차체 무게도 기술적 한계를 드러냅니다. 내연기관 조르지오 플랫폼을 개조하며 공차중량이 약 2.48톤까지 불어났습니다. 이는 동급 전기 SUV 대비 400~500kg 가량 무거운 수치입니다. 무게 증가는 제동 감각, 회생제동 일관성, 승차감 등에 악영향을 줍니다. 제가 이 차를 몰았을 때도 회생제동의 제동감이 주행 모드마다 차이가 나 예측이 어렵다는 단점이 느껴졌고, 저속 주행 시 잔진동과 노면 소음 유입도 과한 면이 있었습니다.

다른 전기차에 비해 낮은 에너지 효율성도 수치로 뚜렷이 드러납니다. 국내 기준으로 환산하면 그레칼레 폴고레의 복합 에너지 소비량은 약 23.9kWh/100km 수준입니다. 이는 100km를 주행하는 데 약 24kWh의 전력을 소모한다는 의미입니다. 주요 프리미엄 전기 SUV들이 평균 18~20kWh/100km 수준의 효율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폴고레는 약 25~30% 높은 소비 전력을 보입니다. 결국 출력 수치는 화려하지만, 유지 효율성과 실질적인 소비자 체감 주행거리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마세라티코리아의 판매 실적은 해마다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2019년 1260대를 정점으로 찍은 이후, 2020년 932대, 2021년 842대, 2022년 554대, 2023년에는 434대까지 매년 감소했습니다. 2024년에는 252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2.2% 급감했습니다. 올 들어서도 1~5월 누적 판매 97대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24.2% 하락했습니다. 전체 수입차 시장이 최근 5년간 연평균 5% 성장을 이어온 것과는 달리, 마세라티는 2년 연속 40% 이상 판매 급감이라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한 것입니다. 

포르쉐가 지난해 1만1355대, 벤츠 AMG는 6697대, BMW M은 5976대를 판매한 것을 감안하면 실적을 비교한다는 자체가 민망한 수준입니다. 마세라티는 수입 고성능 럭셔리 시장에서 점유율 0.1% 수준으로 사실상 소외 상태입니다.

브랜드 신뢰도를 깎아내린 요인은 바로 서비스 품질입니다. 전국 공식 서비스센터 수는 7곳에 불과하고 부품 수급은 상시 지연됩니다. 이는 특히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포르쉐(13곳), 메르세데스-벤츠 (63곳), BMW (61곳)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수치로, 서비스 접근성이나 부품 수급 면에서 구조적 한계가 두드러집니다. 부품 공급 대기 기간은 평균 2~3주, 길게는 한 달 이상 걸리는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공식 직영 법인 출범 이후 서비스 개선을 약속했지만, 소비자 체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너들 사이에선 "센터 출퇴근"이라는 말이 일상이 될 정도입니다.

이런 불안정한 서비스 시스템은 중고 잔존가치 하락으로 연결됩니다. 기블리, 르반떼 등 신차가 1억 원을 넘는 모델들이 3~4년 만에 4000만 원대까지 감가되며 40% 안팎의 잔존가치를 기록합니다.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 평균인 60% 수준보다 훨씬 낮습니다. 중고 잔존가치 하락은 신차 수요 자체를 위축시키며 판매 부진을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뒤처진 기술 개발 속도, 서비스 인프라 부족, 브랜드 신뢰 하락 등이 맞물리며 마세라티라는 브랜드 자체의 경쟁력 위기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출시된 그레칼레 폴고레. 이탈리아 감성은 분명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고급 브랜드의 본질은 감성이 아니라 신뢰입니다. 기술 완성도, 실사용 효율성, 서비스 품질 모두에서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마세라티는 전기차 시장에서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김홍모의 부릉부릉이었습니다.

 

QUICK MENU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수익률 계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