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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회복지원금 x 디지털화폐’ 최대 수혜자는 누구?

  • 오래 전 / 2025.06.24 2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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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유튜브 캡쳐

장학퀴즈? 홍준표를 당황케 한 CBDC 공약

지난 4월 20일 국민의힘 대선경선 토론은 디지털 화폐 정책의 방향성에 관한 고민을 보여줬다. 이날 한동훈 후보는 홍준표 후보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이하 CBDC)로 복지수당을 지급하자는 공약에 공세를 퍼부었다.

“미국이 중국의 CBDC 위안화를 스테이블 코인으로 견제하는 상황에서, 원화 CBDC가 실효를 거둘 수 있는지” 의문을 표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달러 스테이블 코인에만 의존하지 않는 플랜B를 갖는다는 측면에서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4월 25일 국민의힘 대선경선 토론에서도 한 후보는 “한국은행이 CBDC로 복지비용을 지급할 때, 시중은행 없이 직접 국민에게 지급하는 게 나은지”를 물었다. 홍 후보는 이에 명확히 답하지 못하고 “장학퀴즈 같다”고 받아쳤다. 

홍 후보는 스테이블 코인과 CBDC 중 무엇을 선택할지 묻는 한 후보의 질문에도 “둘 다 선택해야죠”라고 모호한 답변을 했다.

‘민생회복지원금’으로 키우는 디지털 화폐?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이 있는데, 원화 기반의 CBDC나 스테이블 코인의 수요가 얼마나 있겠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민생회복지원금’과 같이 국가가 지출할 복지비용을 ‘대폭 새롭게 만들어서’ 국민에게 디지털 화폐로 지급 및 사용케 한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현재의 기류를 보면 원화 기반 디지털 화폐의 실효성을 우려한 한동훈의 걱정은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가 ‘기본소득’ ‘재난지원금’ ‘민생회복지원금’ 등의 정부보조금 명목으로 디지털 화폐 시장에 충분한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집권 한 달 만에 지역화폐로 지급될 ‘민생회복지원금’ 등의 예산으로 35조원을 추경했다. 일단은 국민의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지원’이지만,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이 ‘보편복지’인 만큼 사업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 코나아이 등 지역화폐 관련 핀테크 업체들은 한국은행의 ‘CBDC 모의실험 연구’와 ‘CBDC 하드웨어 지갑 개발’ 등에 참여한 이력이 있으며,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뛰어들 것이 유력하다. 결국 정부보조금의 디지털 화폐 지급 혹은 사용은 'CBDC냐, 스테이블 코인이냐' 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 시간문제로 보인다. 

‘한강 프로젝트’와 ‘디지털 바우처’

복지비용을 디지털 화폐로 지급 및 사용하게 한다는 계획은 이미 CBDC 시범사업으로 구현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4~6월 디지털화폐 활용성 테스트 ‘프로젝트 한강’을 진행 중이다. 특히 ‘디지털 바우처’로 디지털통화의 스마트 계약 기능을 통해 정부와 공공기관 등의 바우처 프로그램 운영을 검증한다는 목표다. 

바우처는 복지, 보건의료, 교육, 환경,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제도로, 특정 금융회사나 핀테크 업체에 위탁 운영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디지털 화폐와 예금 토큰 기반의 디지털 바우처를 도입하면 바우처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단 입장이다. 

기본소득당도 CBDC로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가 민간은행이나 카드사를 거치지 않고, 국민에게 CBDC로 바로 재난지원금 등을 지급하면 ▲중개비용 감소 ▲사용기한 지정 ▲불법거래 방지 ▲지원금 미사용 방지 ▲불법적 소비 방지 등의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유튜브 캡쳐 

중국의 ‘사회신용제도’와 ‘초감시사회’

그러나 CBDC의 이러한 장점은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정부가 화폐의 사용을 추적·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감시사회 및 통제국가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디지털 위안화’ 정책을 실시 중인 중국은 그러한 우려를 증폭시키는 예시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의 중앙은행이 100% 관리하는 CBDC로, 화폐의 제작·유통 비용을 절감하고 위조지폐나 자금세탁·탈세 같은 범죄 행위를 막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전자지갑에 모든 거래내역이 남아 당국이 사용자의 신분, 사용 시간, 장소, 물품의 종류와 수량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사람마다 신용점수를 매겨 통제하는 ‘사회신용제도’도 적용된다. ‘사회신용제도’는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수집된 신용 및 금융 정보, 범죄 이력이나 사회활동 등의 정보를 활용해 개인에게 점수를 부여하고, 대출·교육·의료 등에 적용한다. 예를 들어 투자를 유치하면 가점이, 산아제한을 미준수하면 감점이 부여된다. 

사회적 신용등급이 높아지면 은행 대출 우대 등의 혜택을, 떨어지면 정부 보조금 상실 등의 불이익을 준다. 심한 경우, 비행기나 고속철 탑승, 호텔 숙박, 학교 입학 등도 제한된다. 지난 2018년까지 중국에선 이런 이유로 비행기 탑승이 금지된 사람은 1700만 명, 고속철 탑승이 금지된 사람은 540만 명에 달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다. 실제로 2018년 7월 정부기관에 진정을 제기하면 감점을 주는 규칙이 도입돼 논란이 됐다. 

트럼프의 ‘지니어스 법안’과 달러패권

조지 소로스는 중국의 ‘사회신용제도’에 대해 “개인의 운명을 국가의 이익에 종속시키는 전체주의적 제도”라고 비판했다. 많은 미국인이 이 생각에 공감한다는 점은 CBDC에 반대하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물론 트럼프가 CBDC에 반대하는 속내는 따로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CBDC로 직접 결제하면, 현재 국제 무역에서 90%의 비중으로 사용되는 달러의 수요가 감소한다. 이는 미국 국채와 같은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진다. 즉, CBDC의 확산은 달러의 입지와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달러패권을 지키기 위해 들고나온 정책이 지난 17일 통과된 ‘지니어스 법안’이다. 미국 최초의 스테이블 코인 규제 법안으로, 스테이블 코인의 ▲1대1 담보 의무 ▲자금세탁방지 ▲연방·주 공동 감독 등이 포함됐다. 스테이블 코인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된 것이다.

이는 가상화폐 시장의 활성화를 예고하는 동시에, 우리가 ‘현금 없는 사회’에 깊숙이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기본소득’과 ‘디지털 화폐’의 그림자 

‘지니어스 법안’ 통과 후 미국증시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서클·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관련주는 급등했지만, 비자·마스터카드·페이팔 등 기존 결제 기업 관련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디지털 화폐의 상용화가 기존 카드사나 시중은행의 역할축소 및 쇠락을 불러올 것이란 예상이 반영된 결과였다.

개인정보 침해 등 ‘초감시사회’ 문제, 해킹과 뱅크런 등의 우려도 있다. 민생회복지원금’ ‘기본소득’ ‘재난지원금’ 등의 재원 마련을 위해 들어가는 국가 예산은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국가부채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정부보조금 지급은 일시적인 경기 부양 효과가 있지만, 인플레이션 등의 문제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도 문제다.

국민 or 핀테크 업체,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민생회복지원금’ 사업과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활성화될 ‘스테이블 코인’ 사업은 별개의 사업처럼 보이지만, 지역화폐와 관련 있는 업체들이 연관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가지 사업이 연계될 경우, 단군 이래 최대의 수익사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만약 ‘민생회복지원금’으로 25만원을 받고 세금으로 27만원을 내야 한다면, 이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해 시행되는 사업인가? 

‘기본소득’ 같은 보편복지를 핑계로 국민의 세금으로 형성된 국가예산을 특정 핀테크 업체의 수익사업을 위해 사용한다는 의혹의 시선을 벗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재원에 대한 현실적인 준비를 거쳐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말이 생각난다.

“복지는 세금이고 세금이 복지다. 세금을 말하지 않는 복지는 거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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