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움직임이 은행권에도 본격적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시작되면서, 결제·송금 영역을 넘어 예금·대출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준비자산 운용 방식에 따라 순이자마진(NIM)과 유동성 지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은행 'NIM 하락' 직격탄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관련 법 개정과 금융당국 인가 절차를 거쳐 도입될 예정이다. 발행사는 금융위원회 인가 절차와 1대 1 준비자산 의무화 등 각종 진입·행위 규제를 받게 된다. 또 발행사는 준비자산을 은행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국채·통안채 등 환금성 높은 자산으로 운용하게 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관련해 은행들의 1차 고민은 NIM 하락이다. 정호윤·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이 은행 예금으로 운용되면 자금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개인 고객들이 보유하던 예금이 발행사 계좌로 이동하면서, 다수의 소액 개인 예금이 소수의 대규모 법인 예금으로 전환된다.

다수의 개인 예금이 소수의 법인 예금으로 전환되면 유출 가정치는 5~10%, 최대 40%까지 높아져 순현금유출액이 커진다. 이로 인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은행은 LCR을 준수하기 위해 원가가 높은 정기예금·은행채를 조달해야 한다.

또는 저수익성 자산인 국채 등으로 운용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어, NIM 하락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경우 은행이 예금을 기반으로 대출을 늘리는 기능이 약해진다. 아울러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정해도 시중에 돈이 도는 속도와 규모가 달라져 통화정책의 효과가 변할 수 있다. 

◆ 대응 전략은 '공동 발행'

민현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인한 은행권 충격에 공감했다. 그는 “국내 여유자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면 은행의 예금 기반이 축소된다"며 "기업과 개인에 대한 대출 여력이 감소하는 등 신용 중개 기능 약화 요인이 된다”고 진단했다.

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앞서 감독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민현하 연구원의 의견이다. 그는 "이는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 축소와 자금 이동의 불투명성 확대를 유발하게 된다"며 "따라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이전에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은행들은 국내외 확장성 및 대응력을 감안해 공동 발행 구상에 착수한 상황이다. 발행·수탁·감사 기능을 나눠 리스크를 줄이고, 준비금 운용 수익과 수탁 수수료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해당 논의는 '오픈블록체인·DID협회'에 신설된 스테이클코인 분과를 통해 이뤄진다.

해당 협회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포함해 케이뱅크, iM뱅크 등이 참여 중이다. 은행권이 단독 발행보다 컨소시엄을 선호하는 이유는 ▲발행·상환 안정성 강화 ▲기술·준비금 관리 비용 분담 ▲위기 시 손실·책임 분산 ▲규제 대응 용이 ▲결제·송금망 연계에 따른 네트워크 효과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