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 문제가 입주민들의 주된 민원으로 꼽히면서 분양시장에서 넉넉한 주차공간을 갖춘 단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밀집 도시의 경우 주차공간 부족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주차난을 피하려는 주민들의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세대당 1.5대 이상의 넉넉한 주차공간이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아파트 생활지원 플랫폼 ‘아파트아이’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자사 앱 내 민원 관리 서비스에 접수된 10만여 건의 민원을 조사한 결과, ‘주차’가 33%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민원은 주차공간 부족, 이중주차, 외부 차량 주차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났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유지했으며, 전년 대비 4%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사회적 이슈인 ‘소음(20%)’, ‘흡연(19%)’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입주민들 사이에서 주차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주차난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입주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 퇴근 후 주차 공간을 찾아 단지를 몇 바퀴씩 도는 ‘주차 전쟁’은 대부분 아파트에서 흔한 풍경이다. 통로를 막는 이중주차나 불법주차 문제는 분쟁의 불씨가 된다. 특히 긴급차량의 진입을 방해해 안전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하거나, 늦은 밤 외진 곳에 주차한 뒤 집까지 걸어가야 하는 불안감은 입주민의 삶의 질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이에 따라 넉넉한 주차공간은 안전하고 평온한 주거 환경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다.

협소한 주차공간은 곧 민원으로 이어진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국민 1인당 자동차 보유 대수는 0.5대, 즉 2명당 1대꼴이다. 한 가구에 평균 2.2명이 거주하는 것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집집마다 차가 1.1대씩 있는 셈이다. 여기에 손님이나 택배, 공사 차량 등 외부 차량까지 고려하면 세대당 약 1.5대 이상의 주차공간을 마련해야 넉넉한 주차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분양 단지 대부분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입주한 아파트(분양 단지)의 단지별 평균 주차 대수는 세대당 1.36대로 나타났다. 신축임에도 여전히 여유로운 주차 기준으로 꼽히는 1.5대에 크게 못 미친다. 세대당 주차 대수는 지난 2023년 1.30대, 2024년 1.35대로 늘고 있지만, 체감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분양시장에서는 세대당 1.5대 이상의 넉넉한 주차공간을 갖춘 단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대구 수성구에 분양된 ‘대구 범어 2차 아이파크’는 세대당 1.86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했으며, 1순위 청약에서 75.1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부산 수영구에 공급된 ‘써밋 리미티드 남천’ 역시 지역 최고 수준인 2.17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해 수요자들의 호평 속에 22.62대 1로 1순위 마감했다.

수도권에서도 △래미안 원페를라(1.8대) 151.62대 1 △동탄 포레파크 자연앤푸르지오(1.5대) 68.69대 1 △제일풍경채 의왕고천(1.5대) 21.58대 1 등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한 단지가 관심을 끌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한화 건설부문이 이달 울산 남구 무거동에 선보이는 ‘한화포레나 울산무거’는 전용면적 84~166㎡, 총 816세대 규모의 대단지로 들어선다.

한화포레나 울산무거는 주차장을 전면 지하화했으며, 세대당 1.6대의 넉넉한 주차공간을 갖춘다. 각 세대에는 세대창고를 제공해 수납 편의성을 높였으며, 내부 공기를 외부와 순환시켜 쾌적함을 유지해주는 ‘블루에어시스템’을 적용해 실용성을 강화했다.

이달 경기 과천에 공급되는 ‘디에이치 아델스타’ 역시 세대당 1.79대의 넓은 주차공간을 확보했다. 단지는 전용면적 39~145㎡ 총 880세대 규모로 조성되며, 이 중 전용면적 59·75·84㎡ 348세대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대우건설이 8월 수원에 분양하는 ‘망포역 푸르지오 르마크’는 전용면적 62~100㎡ 총 615세대로 지어지며, 세대당 1.54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