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과 자산 토큰화가 금융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이끌고 있는 만큼, 한국도 이런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시가 1일 여의도에서 개최한 ‘서울 디지털 금융 미래포럼’에서 이같은 분석이 나온 것이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이 불러올 글로벌 금융 질서 변화에 대해 논의했다. 

◆ “스테이블코인·자산 토큰화, 금융질서 흔들 것”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본부장은 “미래에셋 그룹의 운용자산(AUM)이 1024조원을 넘어섰고, 이익의 4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해온 경험이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 전략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나 자산 토큰화는 국내 결제 편의성보다는 국경 없는 자본시장 구축, 즉 크로스보더 금융 비즈니스에서 가치가 있다”며 “결국 금융기관과 글로벌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혁신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의 움직임이 글로벌 변화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이용재 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 2기는 비트코인·스테이블코인을 달러 패권 강화와 중국 견제 수단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이 제도화와 ETF 시장 개척을 주도하면서 디지털 자산은 개인 투자자 중심의 ‘페이즈 1’에서 기관·국가 단위의 ‘페이즈 2’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의 새로운 수요처로 자리 잡으면서 달러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으며, 비트코인 매입 법안 논의는 향후 국가 간 ‘비트코인 비축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한국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자산 토큰화, 한국 자본시장의 새로운 기회”

강형규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채권이나 주식 같은 기존 금융상품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발행하면 발행자, 투자자, 이자 지급일 등 모든 정보가 코드에 담긴다”며 “스마트계약을 통해 이자 지급까지 자동화되기 때문에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기업 주식이나 국채가 글로벌 거래소에서 토큰 형태로 24시간 거래된다면 소액 해외 투자자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며 “이는 한국 자본시장에 새로운 투자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등 RWA(실물자산 토큰화) 가능성도 짚었다. 일단 임대료 지급을 토큰에 담으면 자동 분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선 “발행자가 법정화폐를 받고 동등한 가치를 가진 코인을 발행하는 구조라서 담보가 은행 예금이나 국채라면 통화량을 늘리거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수단이 아니다”며 “다만 통화 속도를 높여 금융시장 유동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사례도 제시했다.

그는 "로빈후드가 블록체인 기반 주식 쪼개기 거래, 블랙록은 대규모 자산 토큰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테더는 보유 자산 75%를 국채와 예금에 투자해 연 7%대 수익을 낸다"며 "자산 토큰화는 한국 금융시장에도 새로운 자금조달 및 투자 기회를 제공 할 것이므로,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