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캐딜락이 플래그십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를 순수 전기 모델로 내놨습니다.

그동안 연비 때문에 머뭇했던 잠재 고객층들이 솔깃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미국에서 파는 가격 보다 무려 8천만 원이나 더 비쌉니다. 김홍모 기자입니다.

[리포트]
활주로 위를 천천히 굴러 나오는 대형 항공기처럼, 묵직한 실루엣과 방패 모양의 엠블럼이 전면에 자리한 전기 SUV. 캐딜락의 새로운 전동화 플래그십 '에스컬레이드 IQ'입니다. 무엇보다 이 차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적 상징성입니다.

국내 최초로 GM의 핸즈프리 주행 시스템인 슈퍼크루즈가 탑재됐고, 1회 충전으로 700km를 훌쩍 넘는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전기 SUV라는 점이 출시와 동시에 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이 긴 주행거리의 핵심은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 '얼티엄 셀즈'가 만든 205kWh 초대형 배터리입니다. 복합 기준 739km, 도심에서는 776km까지 인증된 수치로, 전기차에서도 '주행거리 불안'을 넘어설 수 있다는 기술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수치상 한 번에 갈 수 있는 전기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이 모델은 '걱정 없는 장거리'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전기 대형 SUV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전면부에는 국내 최대 용량인 345리터의 e-트렁크가 자리해 여행용 가방 여러 개를 자연스럽게 수납할 수 있고, 장비나 전원 공급이 필요한 활동을 위해 230V 콘센트도 마련돼 실사용성을 높였습니다. 차체 크기만 보면 주차나 회전에 대한 부담이 큰 편이지만, 후륜 조향 기반의 '크랩 주행' 기능이 적용돼 차체가 대각선으로 움직이듯 좁은 공간에서도 빠져나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씽크] 헥터 비자레알 / 한국지엠 사장
"에스컬레이드 IQ는 한국 고객의 기대에 충분히 부합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공과 세련됨을 상징하는 차량이기도 하죠.

또한 캐딜락 IQ 라인업이 업계 최고 수준의 혁신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실내로 들어올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대시보드 전체를 가로지르는 55인치 '필라 투 필라' 커브드 LED 디스플레이입니다. 1열 좌·우 끝까지 이어지는 화면 구성은 시각적 몰입감을 높였고,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는 개방감을 더해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이 모델의 핵심 기술인 슈퍼크루즈는 기존 보조 시스템과의 차별점이 뚜렷합니다. 현재 국내 약 2만 3천km의 고속도로·주요 간선도로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한 상태라면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도 주행이 가능합니다.

단순한 차선 유지나 차간거리 조절을 넘어, 주변 차량의 속도와 흐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스스로 차선 변경을 수행하고, 곡률이 큰 구간에서도 차량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GM이 북미 시장에서 검증해 온 기술력을 국내 시장에서 온전히 전개하는 대표 기능이자, 전기 SUV에 적용된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중 가장 높은 등급에 속합니다.

다만 이런 기술력과는 별개로, 한국지엠을 둘러싼 국내 사업 여건은 결코 밝지만은 않습니다. 최근 1년여 사이 국내 판매는 전년 대비 30~40% 가까이 줄었고, 전체 생산의 8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조차 제시되지 않는 가운데, 노조는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와 유휴 부지 매각을 "제조·서비스 기반 해체로 이어지는 사실상 철수 수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씽크] 존 로스 / 글로벌 캐딜락 부사장
"한국의 문화와 시장을 더 깊이 이해하고, 현지 대리점과 경쟁력 있는 딜러십과도 긴밀히 소통하며 여러분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캐딜락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한국 시장의 성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에스컬레이드 IQ는 내수 축소 흐름 속에서도 "GM의 전동화 기술력은 여전히 업계 상단에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전략적 신호탄으로 해석됩니다. 대량 판매를 목표로 한 모델은 아니지만,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에서 브랜드 존재감을 강화하고 향후 전동화 라인업 확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은 작지 않습니다.

대형 전기 SUV의 기술적 상단을 보여준 이번 모델을 시작으로, 한국지엠이 전동화 시대에 어떤 전략적 우선순위를 제시할지 산업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팍스경제TV 김홍모입니다.